1.
비가 정말 시원하게 내리는
일이년 전이 었으면 내리는 비에 설레여서 출근도 안했을 (아니 했어도 아무것도 안했을)
마냥 창가에서 책이나 읽으면서 오늘 저녁엔 머 시켜먹지를 고민하면서 닭에 맥주를 떠올릴
그런 그런 기분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오늘이었지만

동시에
바닥 기초공사의 시작일이었고,
크레인 작업을 위한 2개 공장 3개부서와의 협의가 예정되어 있었고,
하나의 입찰건에 대한 3차협상 마감일이었기에, 
울렁거리는 포스코 다리를 건너면서
그런 그런 기분들은 그렇게 흩어져버렸다.

아.. 비오는날 좋은뎁...

2.
퇴근 후에 집에 왔는데도 불구하고 
울려데는 핸드폰에 슬쩍 짜증이 났지만, 
알고보니 우리 오랜친구인 박문석이였다.

졸업을 1년 반 앞둔 자유로운 영혼 박문석이는
여전히 포항을 너무너무너무 싫어하고 (죽기전에 올일이 없다는)
그러면서 나보고는 언제 올라오냐고 보채면서 (생각해 보니까 지맘대로네..)
요샌 시간이 남아도 공부밖에 하고 싶은게 없다면서 변죽을 울리며
오빠 외로워요를 외쳤다.
그리고 난 졸업후에 보약에 대한 확약을 받았다.

박문석과의 오랜 통화의 말기 쯤 또 걸려오는 전화
어떤 여자의 데이트 요청인가 했더니
대전에서 고구마 밭을 일구며 틈틈히 회사도 나가는 28세 이승엽이었다.

내 친구 이승엽은
유명 대학의 석사를 졸업하고,
대기업&대도시로의 진출을 하며 사회로의 깔끔한 입성을 신고했으나
여전히 그의 캠퍼스 시절과 다를 바 없이 기숙사에 기거하며
뭇 남성들과의 드라이브, 뭇 남성들과의 영화 감상, 뭇 남성들과의 담소 외에는 (산책은 미확인)
별다른 실적을 내지 않는(못하는 혹은 숨기는) 의연함으로
그간 대기업&중소도시 스펙으로도 연일 안타와 홈런포로 안방을 달궈주었던 다른 친구들과는
확연히 다름을 몸소 보여주었다.
그 또한 시간이 남아서 공부라도 해야겠다는 변죽을 울리며
오빠 외로워요를 외쳤지만, 
난 단지 그의 자식같은 고구마에 대한 군침을 삼켰다.

그렇게 스물 여덟 유월의 마지막 날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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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에 앉아서 책상 반만한 장치만 만질 땐 몰랐던 것들..

일을 시작하기 전에 (견적/계약 하기 전에) 알아볼 일들.
1. 장치가 들어설 곳 확인
 - 바닥 기초의 상태: 장치가 놓여질 곳의 바닥을 겉보기로 판단하다간 뒤집어 쓰기 십상. 장치 무게가 수
                            십톤인데 바닥 기초 안된 상태에서 아래에 물 저장 탱크나 하수조 일 경우 답이 없다. 
                            혹은 겉은 번지르르해도 철근 기초 없는 10cm 이하 자갈섞인 콘크리트라면, 침하가 
                            우려되므로 경우에 따라 토목공사 비용이 추가될 수 있다. 지반이 한번 침하하면 
                            옆 건물도 넘어올 수 있으므로 주의. -> 바닥 상태의 체크

 - 현장의 접근성: 공사 현장으로 진입하는 경로를 확인할 필요가있다. 접근성 면에서 어느정도 크기의 
                           중장비의 이용이 가능한지를 확인해야 한다. 도로 주변이라 차량의 통행이 용이하다면
                           운이좋다. 하지만, 입구가 상대적으로 좁다면 한번에 옮길 수 있는 톤수도 줄어 장비
                           사용 시간이 늘어난다. 최악으로 사람밖에는 통행이 안된다라면, 이를 위해서 한방에
                           옮기는 크레인을 생각해야 한다. 이때부턴 일이 복잡해진다.
                           크레인은 다리를 뻗고 시즈모드에서 물건을 옮긴다. 펴고 접는 시간은 톤수에 따라 
                           다르지만, 30분에서 2시간 까지, 300톤 경우에는 반나절에서하루다. 그러므로 크레인
                           설치 위치의 차량통행이 있다면, 미리 협조를 구할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그 다음으로
                           다리를 뻗고 설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위치를 파악하고 크레인 붐대가 공사현장으로
                           뻗어옮길 수 있는 최대 중량을 계산 해야 한다. 만약 옮기는 장치의 무게가 소화가 
                           안된다면, 장치는 여러조각으로 분리해서 현장 조립해야하며 비용이 추가된다.
                           -> 어느 정도의 장비가 사용 가능한지 체크.

 - 주변 방해요인 확인: 계약 당장에는 그렇지 않았더라도, 공사 중간에 다른 업체각 불과 몇 미터 앞에서
                          공사를 시작해 버리면, 난감해지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이런부분은 미리 알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만약 먼저 공사하고 있는 업체가 가까이에 있다면 접촉해보고 성격을
                          파악해 놓는 것이 좋다. 공사판은 정글이라; 옆에 업체가 친구보단 도둑놈, 도와주기
                          보단 뒤통수를 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주변 utility: 전기는 대부분의 공사에 필수적이다. 전기를 배선하는 데는 거리에 따라 돈이 올라
                           간다. 만약, 전기를 끌어다 쓸 수 있다고 상대방이 얘기했다지만, 끌어오는 비용은
                           내가 내야 한다. 만약 소스가 1km 밖에 있다면 (그럴리는 없겠지만) 돈이 들어간다.
                           사실 공사에서 안되는 건 없다. 항상 시간과 돈이문제다. 또한 물이나 가스라인도 같은
                           경우에 해당한다. -> 끌어당겨야 할 utility의 거리와 capacity를 파악해야 한다. 
                          
- 주변단체의 우호성: 이건 정말 놀란 사실인데 외부 업체의 지방공사에서 공장내의 노조의 협조를 미리
                           구해야한다는 사실이다. 포스코 같은 경우는 예외에해당 하지만, 다른 곳의 경우에는 
                           현지 업체나 현지 노동력을 사용하지 않는등의 경우 공사를 방해하는 상황이 벌어져
                           공기 맞추기가 불가능한 상황이 된다고 한다. 미리 노조를 컨택하여 그들의 의견을
                           들어줘야 한다는 것. 기흥에서 온 설비업체에서 가장 걱정한 부분 중에 하나였다는
                           점. -> 현지 노조와는 미리 협상을 해야 한다.

그 밖에도 제 잇속만 차리려는 카운터파트의 내부인력이 있다면 그를 견제할 수 있는 우호세력 포섭,
일이 잘 되었을 때, 논공행상의 자리에서 주장 할 수 있는 기초문건의 준비 등등

위에 적어놓은 것들은 이번 공사에서 모르고 들어갔던 것들이다.
정말정말정말정말 힘들었고, 대강 이런 것들을 알고만 있었더라도 견적낼 때 반영이 되었다면 추가 비용 발생에 대처할 수 있었을 테고, 계약 당시에 확실히 상대방 목을 걸고 갈 수 있었을 것이다.

사실 모든 계약이 같은 거다. 실리콘 웨이퍼 하나 가져다달라고 하면 가져다 주고 돈 받고 끝이다. 웨이퍼 가져다 주는 그 사이 일에는 관심이 없다.
공사도 똑같다. 발주처에서는 이러이러한 장치 하나 셋업해달라고 하고 가서 되는지만 확인만 하고 지불하려고 한다. 나머지는 수주처의 몫인 것이다. 문제는 실리콘 웨이퍼 가져다 주는 일보다는 생겨나는 변수와 신경쓸 일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공사하나 잘못하다가 회사가 넘어간다는 일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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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김감독

2009/06/11 00:00 from 분류없음

내일은 포스코 공장내에 설치되는 연구용 설비 공사의 현장감독을 하러 들어간다.
아 이럴 줄알았으면 박통표 썬글라스 하나 구입했어야 하는 건데 말이다. 아쉽.
내일 우리 작업자 횽아들이 잘 해줬으면 좋겠다.
다치지말고 공기만 맞춰줘용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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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이야기들.

2009/06/03 21:25 from 분류없음


#1.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상대는 주변에 잘 없다.
많았다면 그건 어느새 누구나 가지게 되는 조건이 되버려서 '이상적' 조건에 굳이 들어가진 않겠지.
하지만 티비를 보면 가끔 극 중에서 그러한 캐릭터를 가진 인물이 나온다. 
지금보단 어렸을 땐 우와 저 연예인 짱이야 완전 좋아라고 했었다.
하지만 요즘엔 그 상대 배우 까지 살피는 넓은 시야를 갖게 되어 저정도 여자의 상대는 이정도 쯤은 된다는
작가의 의지를 배우게 되었다.
티비를 보면서 먼가를 깨닳을 줄이야. 나의 소모적인 티비시청 유형에 비수와 같은 피드백이랄까.
'이 정도는 되야 극적으로라도 이런 사람만나는 거야.'

#2.
이상적인 상대(조건이 이거였는지는 잘 기억이 안나지만 암튼 '좋은 의미')와 결혼을 하기 위한
2가지 방법에 대해 전공과 상관없는 K 교수님의 말을 빌리자면,
첫 째는 그 멋진 상대(혹은 앞으로 가능성이 보이는)가 철이 들기 전에 장가를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자가 계산을 할 줄 알기 시작하면 이미 때는 늦었다는 것이다.; 계산이 안되고 멀 모를 때 얼른 잡아야
한다지만, 역시 세상은 등가교환인지 자식이 일 찍 생긴다는 점은 피할 수가 없어서 인생의 짐은 책임져야 한다는 것.
한 편, 둘 째는 굳이 조건 보다는 상황으로 말하자면, 마흔에 하버드 테뉴어를 받고 결혼을 한 사람이다.
물론 리스크가 있고, 혼자 산다는게 여러모로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만 20~30 대를 즐기며 살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회사가 대박이 나도록 열심히 하면서 그 전까진 즐기면서 살아야 나중에 들 억울 할 것인가..
물론 때되서 갈땐 가야지라고 할 때 옆에 있는 anyone이랑 결혼 한다면 no problem

#3.
지방 도시에 있는 회사를 다니게되면서 깨닫게 된 또다른 사실은
지방의 여성들은 태어날 때부터 거기 살앗든, 더 깊은 지방에서 올라왔든, 더 큰 도시에서 공부 등을 위해 왔든, 애니웨이.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자급자족을 할 능력과 집으로 부터 독립할 수 있을 만한 주관정도만 가지면 누구든 대도시를 꿈꾼다.
즉, 남고 싶어 하지 않는다. 특히 이런 쇳가루 날리는 거대 산업의 용광로이자 문화의 불모지인 이 곳에는 말이다. 
포스코를 들락거리게되면서 더욱 확신을 가지는 건 산업도시는 남자들에게는 기회의 땅이지만, 여성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아직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잘 안보인다는 것.
주관이 뚜렷하고 자기 개발에 의지가 있는 매력적인 여자들을 찾기란 쉬운일이 아닐 것이라는게 쉽게 표면에 떠오른다.

그리고 보쌈먹던 전산유체 연구실에 한 박사과정이 한 말.
'그런 여자가 있다고 해도 널 좋아할 것 같아?'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런 질문은 반칙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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